일본에는 시대극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전통 거리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목조 가옥이 고즈넉하게 늘어선 거리, 화려한 색상의 기모노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다도의 정취가 가득한 전통 찻집과 장인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공방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색다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수많은 전통 거리 중에서도 특별히 감성과 정취가 뛰어나며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기온, 가와고에, 히다후루카와를 중심으로 알찬 여행 팁과 꼭 들러봐야 할 볼거리, 그리고 각 지역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상세히 안내해 드립니다.
기온 – 교토를 대표하는 정취의 거리
기온(祇園)은 교토를 대표하는 전통 거리이자, 일본 전통문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일본의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 가장 유명한 하나미코지 거리(花見小路通)는 매끄럽게 닦인 돌길과 정성스럽게 조각된 나무 간판, 고풍스러운 전통 료테이(料亭, 고급 일식당)가 조화롭게 줄지어 있어 마치 에도 시대로 돌아간 듯한 옛 일본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저녁 무렵이 되면 색색의 기모노와 전통 화장을 한 마이코(舞妓)와 게이샤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일터로 향하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칠 수 있으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사진 촬영 시 허락을 구하는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8세기부터 이어져 온 야사카 신사와 연결된 거리에서는 매년 7월 한 달간 기온 마츠리라는 화려한 전통 축제가 열리며, 거대한 장식 수레와 전통 의상을 입은 행렬이 도시를 가득 메우는 교토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 있는 축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 근처에는 400년 전통의 녹차를 맛볼 수 있는 전통 찻집, 일본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유카타 체험 숍, 다양한 디자인의 기모노를 대여해 주는 렌털 샵도 곳곳에 위치해 있어 하루 동안 교토의 옛 정취를 오감으로 흠뻑 느낄 수 있습니다.
가와고에 – '작은 에도'로 불리는 도쿄 근교의 숨은 보석
가와고에(川越)는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역사적인 도시로, 에도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코에도(小江戸, 작은 에도)'라는 친근한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17-19세기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과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 대표 거리인 구라즈쿠리 거리(蔵造りの町並み)는 화재에 강한 검은 벽돌로 된 전통 상점들이 약 500미터에 걸쳐 줄지어 있으며, 몇 세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전통 간장, 된장, 화려한 색감의 화과자 등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파는 노포(老舗)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 도시의 상징 도키노카네(時の鐘)는 17세기에 세워진 역사적인 시계탑으로, 하루에 네 번 매 정시에 울리는 깊고 청명한 종소리가 도시 전체를 감싸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련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 카시야 요코초(菓子屋横丁)는 약 20여 개의 전통 과자를 판매하는 좁은 골목으로, 달콤하고 알록달록한 다양한 일본 전통 사탕과 갓 구운 따끈따끈한 과자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명소입니다.
- 번화한 도쿄 이케부쿠로역에서 도호쿠 본선 전철로 약 30분에서 1시간 내에 쉽게 도착할 수 있어 도쿄 여행 중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로의 여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히다후루카와 – 조용하고 아름다운 알프스의 작은 전통 마을
히다후루카와(飛騨古川)는 기후현 히다 지방의 다카야마 인근에 위치한 아담한 소도시로,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이는 활기찬 다카야마와는 달리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인 숨은 여행지입니다.
- 대대로 부유한 상인들이 살았던 깨끗한 하얀 벽과 정교한 검은 격자무늬의 구라야시키(蔵屋敷) 전통 건물들이 잔잔한 운하를 따라 고즈넉하게 늘어서 있어 마치 일본 고전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 마을 거리 곳곳을 잔잔하게 흐르는 운하(세토 강)에는 크고 작은 수백 마리의 알록달록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 마치 살아 있는 그림처럼 평화롭고 한적한 풍경을 완성해 방문객들에게 마음의 평온함을 선사합니다.
- 매년 4월 19~20일에 열리는 히다후루카와 축제는 약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려한 전통 행렬과 수천 개의 등불이 밤하늘을 수놓는 환상적인 야간 제등 행사가 특히 유명합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히트작 영화 '너의 이름은'의 실제 배경 장소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성지순례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역 앞 친절한 관광 안내소에서는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장소를 비교할 수 있는 상세한 팬 맵도 무료로 배부됩니다.
- 나고야에서 JR 고속열차와 히다 노선을 이용하면 약 2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며, 번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일본의 전통적인 시골 풍경 속에서 조용한 힐링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교토의 기온이 지닌 우아한 전통미, 가와고에의 정갈하고 생동감 있는 정취, 히다후루카와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함은 각각 서로 다른 독특한 매력을 품은 일본 전통거리의 대표적인 주자들입니다.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이 가득한 일반적인 일본 여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성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이들 지역은 혼자 사색을 즐기는 여행자든, 가족과 함께하는 교육적인 여행이든, 혹은 연인과의 로맨틱한 데이트든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을 남겨줄 것입니다. 다음 일본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꼭 한 번 이런 전통거리로의 매력적인 시간여행을 떠나보시길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